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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에도온천 숙박 실패, 교통편 끊긴 도쿄 오다이바 도보 횡단기

일본/도쿄

by Kick Off 2019. 12.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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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은 왜 연달아서 올까?

여행을 다니다보면 실수를 만난다. 근데 그게 1단까지는 정신을 집중해 그럭저럭 버틸만 한데 실수가 겹쳐서 찾아오면 눈앞이 아득아득해지고 한시간이 몇시간처럼 느껴진다. 심히 쉐이킹쉐이킹하더라고.

 

예정대로라면 휴게실에서 오오에도온천 숙박을 하고 다음날 다시 무료 셔틀버스[링크]를 타고 신주쿠로 돌아가야 했다. 뭐 많은 여행자 포스팅에서 익숙히 보던 거니까 지장이 생길 게 무엇인가, 했지. 온천욕을 할 때까지만 해도 간만의 힐링을 하고 있었던 나. 

 

도쿄 데이트코스로 좋은 오오에도온천 족욕장

간 날은 마침 비가 왔는데, 오오에도온천 족욕장 산책로에는 우산을 비치해 놔서 우산을 받고 거닐 수 있었다. 비와 안개와 밤의 조명이 곁들여저 신비로왔던 풍경.

 

 

오오

물 속 바닥에는 돌 불쑥불쑥, 지압기가 있어서 막 뛰어가면 발바닥 아포.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하러 도쿄여행을 와서 단 한군데만 가야한다면 오오에도 온천을 꼽겠다. 

 

나는 혼자 다니니까 한국 사람이 스미마센, 이러면서 사진 찍어 달라고 많이 그러는데 여기서도 그랬다. 나도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서로 웃는 건 덤. 좋은 여행 하세요, 헤어지고. 

 

추가요금이 드는 암반욕

족욕은 무료지만 암반욕은 유료다. 안내도에 보니까 대욕탕 들어가기 전 사이드로 빠지면 암반욕 접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더라.

 

이렇게 온천에서의 힐링을 마치고 다시 찜질방 본기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점 시련이 시작되는 게 직감되고 있었다.

 

숙박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오오에도 온천 휴게실 뭐가 잘못된거지?

원래 내가 오오에도온천 숙박를 마음먹었던 휴게실이라는 곳. 그런데 입구에 22시 30분에 문을 닫는다는 문구가 써있다. 이거 뭐지? 12시부터인가 추가요금을 내면 계속 머물 수 있다는 여행 선배들의 말은?

 

일단 휴게실에 들어왔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잘 것같은 모양새로 누워 있다. 연인들이 꽁냥꽁냥하고 있기도 하고. 일단 누워서 있어보자 하고 누웠다. 몸은 누웠는데 마음은 뒤척뒤척, 이거 여기서 잘 수 있는게 확실한가?

 

그리고 정말 열시 삼십분이 되니까 직원들이 시간이 마감되었다고 사람들을 내보낸다. 이거 어떡하지? 나가서 직원같은 사람한테 여기서 잘 수 있느냐고 두 손을 포개 자는 시늉을 하면서 떠벌 떠벌되었으나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

 

뭐지? 잘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잘 것인가만 고민했었는데, 뭐가 잘못된 거였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궁금하고 답답하다. 다만 오오데도 온천에는 야간휴관일이라는 게 있는데 내가 간 2018년 9월 20일이 그날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혹시 이글을 보시는 분 중 사정을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좀.

 

오오에도 온천 숙박소 이세야, 캡슐호텔 쿠로후네캐빈 요금

오오에도온천 숙박시설은 따로 있다. 이세야호텔이라 불리는 곳, 그리고 4천엔 정도에 잠을 잘 수 있는 남성전용 캡슐호텔 쿠로후네 캐빈. 온천에 숙소가 따로 있었던 건 처음부터 알았다. 다만 먹을 건 아끼지 말고 자는 건 아끼자는 알뜰 원칙하에 노렸던 거다.

 

멘붕이다. 이미 호텔 예약은 꽉 찬 상태고 나는 이제 이곳을 나가야 한다. 오늘밤 잘 곳도 교통편도 불확실한데.

 

 

그러나 진짜 멘붕은 이제 시작이었다.

 

여길 나가야겠다 싶었을 때 또한번 찾아온 시련

 

짐칸으로 간 나는 캐리어와 가방이 있는 짐칸의 열쇠가 주머니에 없음을 깨달았다. 당황한 마음을 다잡고 온갖 주머니를 조근조근 뒤졌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없는 열쇠. 

 

직원을 불러 또 사정 이야기를 해서 혹시 온천 안의 사물칸에 열쇠를 떨어뜨렸는지, 알고싶다고 했는데 기다리라고(말 했던 것 같다)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30분 가까이 기다렸는데 나타나지 않는 직원. 하는 수 없이 다시 카운터에 가서 다시 직원을 불러 함께 가서 내가 이용한 짐칸으로 추정되는 곳에 가서 뒤졌다. 

 

결국 열쇠는 나타나지 않았다. 2500엔 내고 열쇠 물어주고 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때가 자정.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고 야밤에 걸어가야 한다

또 하필이면 비가 정말 많이 내리던 밤이었다. 나는 12시에 온천에서 빠져나와 도쿄 텔레포트 역에서 전차 막차를 집어타긴 했다. 텔레포트 역이라니 정말 이름처럼 도쿄 본토로 순간이동하고 싶은 밤이로군. 그 막차는 몇 정거장 안 가 여기까지만 운행한다고 내리란다.

 

내린 곳은 아리아케역.

 

 

12시 50분. 나는 아리아케역에서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넷피씨방을 검색했다. 3km정도 떨어져 있군. 전철을 탄 덕분에 처음 6km거리에서 반절이 줄어든 건 다행이다.

 

나는 짐을 다 끄집어내서 행군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은 다 꺼내서 소지하고 그렇지 않은 물건들을 짱박았다. 캐리어 손잡이에 샤오미 백팩을 꽂아넣고, 각각 캐리어커버와 백팩커버를 둘렀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을 대비해 가방 커버를 샀을 때, 이거 오지 여행 가는 것도 아닌데 이게 꼭 필요해? 생각했었는데 오지를 가지 않아도 오지로 내쫒길 수 있다는 걸 몰랐지. 어쨌든 배낭 커버가 신의 한 수 였다.

 

나에겐 인터넷을 잡아줄 에그가 있고 구글지도가 있다. 두려울게 무엇인가, 걷자. 고고고.

 

 

비가 몰아치는 날 우산 하나에 의지해 짐끌고 걷는 게 쉽지많은 않았다. 또 도중에 헤메기도 해서 좀 오래 걸렸다.

 

3km거리로 몇십분 안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넷카페 지점에 도착해보니까 1시간 30분, 결국 헤매느라고 아예 오오에도 온천부터 출발한 도보 시간으로 걸어버렸다.

 

본의 아니게 즐긴 오다이바 야경

오다이바의 상징인 레인보우 브릿지는 아니어도 이름을 별로 알기 싫은 브릿지들을 걸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몸이 젖어들어갔다. 추웠고, 걸어서 추위를 물리쳤다.

 

물은 컴컴했고, 군데 군데 있는 섬의 숲은 더 컴컴했다. 나는 저렇게 컴컴한 걸 보면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깊은 물을 보고 있으면 획 떠밀려 빠질 것만 같고.

 

오다이바의 도회지와 가까워왔다. 도시의 불빛을 보니까 마음이 좀 놓이더라는. 사실 이때부터 택시를 탈수도 있었는데. 이제껏 걸어온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오오에도 온천에 열쇠값으로 이만오천원이나 내고 보니 이걸로 택시값 낸 걸로 치자는 오기 비슷한 것도 생기고. 어쨌든 몇번 길을 잘못들긴 했지만 잘 갔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안했을 고생

 

오다이바 도요스豊洲역 근처, 넷카페에 도착한 게 새벽 2시 20분이다. 계획했던 오오에도온천 숙박 대신 고생고생해 넷피씨방 숙박을 하게 된 나.

 

그나저나 저 위의 사진은 사진만 봐도 마음이 아프다. 오다이바 넷카페에 도착하고서야 캐리어 속에 열쇠를 넣었음을 알았다. 짐칸은 닫기만 해도 잠기니까 캐리어 속에 열쇠를 짱박았는지 몰랐지. 아, 나여 제발 좀 ㅠ ㅠ

 

공교롭게도 며칠 전 도쿄 긴자에서 묵은 넷카페가 "컴컴" 긴자점이었는데, 여기도 같은 "컴컴"이다. 컴컴도요스점コムコム 豊洲店. 귀찮은 회원 가입 없이 지갑에서 카드만 꺼내 숙박 금액을 치룰 수 있었다.

 

이게 진정 밥이로군

넷카페 바로 앞에 요시노야가 있길래 규동으로 요기를 했다. 오들오들 떨며 몸고생, 마음고생 한 끝에 마주한 따뜻한 밥. 도쿄에서 먹은 가장 맛있게 먹은 식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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