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골든가이에는 300여개의 바가 모여있다.
이곳은 1950년대 신주쿠역 앞의 암시장이 이전하면서 음식점들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작가들이나 연극인들, 영화인들이 모여 술 마시고 토론하며 지금처럼 많은 신주쿠 바BAR들의 동네로 발전했다. 근처 가부키초는 거대 자본에 의해 재개발되는 동안, 이곳은 재개발을 비껴간 모습을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7~80년대의 그런 느낌이라는. 신주쿠 골든가이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배경이 되기도 하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시 시작했다.
新宿 ゴールデン街
도쿄자유여행코스였던 신주쿠 골든가이는 요즘은 패키지여행코스에 '골든가이에서 한잔'코스가 있을 정도다. 패키지 여행을 함께 한 사람들끼리 한 테이블에 앉아 몇 시간 시간을 보낸다고 하네.
대표적인 도쿄자유여행코스라 가기 전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겁이 난다. 일본어 대화도 어정쩡한데 뭐, 야쿠자가 운영하는 가게라도 들어갈까봐, 뭐 그런? 그래서 계산하려고 나가보면 근육질 아저씨가 몇십만원 부르고 으름장 놓는 그런 모습이 생각났다는.
골덴가이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간혹 처음 온 손님을 거절하고 단골만 받는 가게도 있다고 한다. 워낙 가게들이 좁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가게를 걸러 들어가듯, 그들도 손님을 걸러받는걸까, 그러나 어쨌든 그런 가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골든가이의 바들은 대부분 테마가 있다. 애니매이션 오타쿠 바도 있고, 미술 바도 있고, 무슨 레슬링 바? 그런 것도 있다는데. 구글지도에서 이곳 저곳 술집을 뒤져보면 만족했다는 평도 있고, 이 가게는 돈 벌 생각이 있는가 궁금하다는 곳도 있고.. 어쨌든 대부분은 일본어만 어느정도 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나는 일본여행도, 일본어도 초보니까 열심히 검색을 해서 평 좋은데로 들어가야지, 해서 고른 건.
처음에 가려고 했던 쿠시아게 돈가라갓샨(串揚げ どんがらがっしゃん)
꼬치구이 전문 골든가이 바다. 꼬치구이가 오사카에서 특히 많이 먹는 음식이다보니 입구에는 오사카의 명물인 빌리켄이 있다. 발바닥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하네.
역시 인기 많은 집 답게 만석이고 밖으로는 줄도 서 있다. 나의 미션은 한가로운 바에서 바텐더와 대화해보는 것이었는데, 안이 복작거려서 그냥 패스. 어쨌든 저런 곳이 드라마 심야식당의 가장 근접한 모델 아닐까.
bar araku
두번째로 간 곳은 도쿄 유학생들이 많이 가는 골든가이 술집이라는 아라쿠.
2층으로 올라가는 바 입구가 좀 무서워서 망설여지더라. 시뻘건 것이 악마의 목구멍같다고나 할까?
일본 현지인들은 700엔의 차징요금이, 외국인들한테는 무료라고 한다. 와이파이는 됨. 신용카드 안되고 오직 현금으로, 그리고 흡연은 가능하다고...
벽과 천장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종이 쪽지들과 각국의 지폐들이 보인다.
심지어 와인잔까지 거꾸로 매달려있네. 바 아라쿠에 오면 한동안 이 정신없음에 압도당한 뒤 메뉴판을 보게 된다.
내 옆에 앉은 두 외국인들도 그런 듯.
1인단 최소 한가지 드링크는 필수라고 써있네. 이곳의 유명한 메뉴인 그린티피즈가 보인다. 일단 저걸 한번 먹어볼까.
칵테일, 그린티피즈다.(800엔)
가루녹차에 레몬주스, 그리고 소다를 넣어 탄산감을 더한 청량한 맛이다.
바텐더다. 이 사진 찍으니까 본인한테 보내달라고 했는데, 보내느라 애먹었다. 구글포토스 공유해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안되고, 메일로 보내주는 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 일본인들이 많이 쓰는 라인을 깔아서 라인으로 보내줬다.
무스카시이데스네.
이 바텐더하고 또 한명의 여자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저쪽에서 한마디 한 거 못알아들은거 그냥 패스했다가 한 5분 뒤에서야 문득, 아 이야기가 그거였구나, 하는 수준이었지만. 이곳 골덴가이 바들은 손님의 말에는 친절히 응대해주고 말을 잘 받아주지만 애써 붙잡고 이야기를 이어가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그말이 맞는 듯.
내가 여기 인터넷에서 보고 왔다고, 꽤 유명한 곳이더라고 말하니까, 여자 바텐더가 류각세이들이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각세이라는 말을 알면서 한참 뒤에야, 아, 유학생이었지 했다는. 내 어두운 말귀를 횃불로 밝혀 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쨌든 도쿄 신주쿠 바에 와서 바텐더와 대화 나누기 미션 달성. 도쿄자유여행에 와서 이런 거 한번 해줘야지.
술만 몇잔 하니까 뭔가로 배를 채우고 싶어서 다시 주문했다. 오지 비트 미트 파이(950엔)라는 파이.
이곳을 소개하는 글마다 언급하는 파이다. 호떡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바삭하고 쫄깃한 빵 속에 팥고물이 들어있다. 맛있었다.
한쪽에 보이는 도쿄여행 가이드북과 골덴가이 관련 자료.
마지막으로 좀 센 거 한잔 하고 가려고 펼친 메뉴판.
뭘 시켰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불독 아니면 보드카 토닉을 시킨 듯 한데...
신주쿠 골덴가이 바에서 막잔으로 먹은 칵테일.
선풍기를 보더니 이게 뭐냐고 궁금해한다.
내가 가진 도쿄여행코스 여행 준비물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고레와 와타시와 도모다치...
이거 그냥 USB나 마이크로USB에 꽂아서 쓸 수도 있고 보조배터리 격인 손잡이에 끼워 쓸 수도 있다고, 따로 그냥 아무 보조배터리에 꽂아서 쓸 수 있는 만능 제품이라니까 무척 신기해하더라.
내 넥서스 핸드폰이 GPS가 고장나서 들고다니는 홍미노트3. 홍미노트를 열심히 충전하며 골덴가이 바에 죽치고 있었다. 옆에는 술 다 마시고 계산기에 찍힌 오늘 쓴 돈. 3450엔 썼다. 음료 3잔, 안주 1개 시켜먹은 듯 하다.
안녕. 오늘 저녁을 빛내준 골덴가이 바텐더 두 명. 빠이빠이 하고 나왔다.
바 아라쿠의 영업시간은 20시에서 새벽 4시(마감 3시 30분), 금토는 새벽 5시까지다.
신주쿠 골든가이 바들의 문여는 시간은 크게 저녁 6시, 7시, 8시의 3단계로 여는 가게가 있으니 도쿄자유여행코스를 찾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 한 심야식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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